오리건주, 수리권법 법안 서명
지난 3월, 티나 코텍(Tina Kotek) 미국 오리건 주지사가 이른바 ‘수리권법(Right to Repair Act)’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SB 1596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수리권법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부터 농기구까지 다양한 전자기기와 장비 수리 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SB 1596도 오리건 주민이 개인 기기 수리 시 더 넓은 선택권을 보장받도록 하고자 발의된 법안입니다.
SB 1596에는 수리권 보장 관련 주 정부 법률 중 최초로 부품 페어링(part pairing) 조항이 포함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품 페어링이란 제조사가 자사 소프트웨어의 승인 없이 교체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는 것을 막는 관행입니다.
Ars테크니카, 그린비즈, 더 버지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오리건주의 SB 1596은 내년 중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수리권 문제로 소비자 단체의 비판을 받았던 애플이 4월 12일(현지 시각), 아이폰 사용자의 수리권과 관련하여 애플이 소비자의 수리권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아이폰 수리 시 부품 재사용 허용
그동안 애플은 제품 수리 시 자사의 신규 부품 사용을 강력하게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SB 1596의 부품 페어링 금지 조항을 준수하고, 추후 기기 수리 시 중고 부품 사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고 부품 사용 대상에 해당하는 아이폰 모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톰스가이드 등 일부 외신은 아이폰15부터 적용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실, 애플이 처음부터 해당 조항을 찬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애플 측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기기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 정부 차원의 법안 논의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리건주에서도 법안 통과 반대 로비 활동을 펼쳤습니다.
오리건주 SB 1596와 관련하여 진행된 청문회에 참석한 애플 관계자는 법안의 부품 페어링 조항이 보안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오리건주 의원은 불필요한 전자 폐기물이 형성된다고 지적하며,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안 통과 후 애플은 법안 조항 준수와 중고 부품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아이폰 전 기종이 중고 부품을 이용한 수리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 애플 측은 페어링이 프라이버시, 보안, 아이폰 안전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페이스아이디와 터치아이디 센서와 같은 생체 인식 센서 재사용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원격 수리 인증 툴에서 부품 등급 평가 과정을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연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제품 수리 시 생체 인식 센서와 다른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아이폰 일부 기종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업계 관계자 반응은?
청정 기술 전문 미디어 그린비즈는 경쟁사인 구글은 애플과 달리 오리건주의 SB 1596를 만장일치로 지지하며, 오리건주 의회에 수리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찬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스티븐 니켈(Steven Nickel) 구글 기기 및 서비스팀 운영 책임자는 “SB 1596은 포괄적인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을 담고,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한 합리적인 접근방식을 택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니켈은 구글이 SB 1596과 함께 기업 차원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법안이 제품 지속 가능성, 수리 관행이라는 구글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전하며, 더 나아가 기기 수리를 통해 재사용을 강조하면서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지지하는 법안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품 수리 전문 업체 아이픽스잇(iFixit) CEO 카일 윈스(Kyle Wiens)는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로비 세력의 법안 반대가 수리권 옹호를 위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오리건주의 법안과 관련, “부품 페어링으로 제품 수리가 어려워지도록 한 관행을 제한하면서 앞으로 출시될 다양한 기기의 수리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